특별하고 애틋했던 그들의 9개월 이야기

By 지현지 / Planning Department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지난 2020년 4월 제주 열방대학의 모든 오프라인 학교가 멈추게 되었다. 첫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우리 삶에 이렇게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기 어쩌면 누구보다 코로나가 끝나길 바랬을 한 팀이 있다. 바로 코로나가 시작되기 몇 개월 전 개척된 CSBS(Chronological School of Bible Studies: 연대순 성경연구학교) 팀이다.

이들은 CSBS를 시작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약 1년 반이 지난 후에야 첫 학교를 열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팀이 모여 기도할 때 하나님은 앞으로 나아가라는 마음과 온라인 영역에 도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온라인 세상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복하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김호영 간사/CSBS)

 

그렇게 시작된 CSBS는 2020년 10월 5일에 시작되어 2021년 6월 25일까지 장장 9개월의 과정으로 진행되었고 17명의 학생이 수료했다. (1, 2 term까지는 18명 수료)

온라인 학교의 최고의 장점은 개인적인 상황과 환경의 제약을 뛰어 넘는 것인데 CSBS도 그런 온라인의 특성을 충분히 누리는 시간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하와이, 캐나다, 태국, 네팔에서 학교에 참여하고, 또 한국에 있지만, 제주에 내려올 수 없는 분들도 학교에 참여 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온라인’ 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와 동시에 온라인이기에 남는 아쉬움도 있었다. 바로 대면으로 하지 못하는 교제의 시간이다. 오프라인이었다면 함께 했을 강의실에서의 생활, 식사 시간, 짧은 쉬는 시간에 먹는 간식과 소소한 담소를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은 참 아쉬웠다.

이번 학교는 간사님께 어떤 학교였나? 는 질문에 김호영 간사는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이번 학교는 은혜가 풍성한 학교였지만… 더불어 부족함과 아쉬움이 남는 학교였던 것 같아요. 오프라인 소그룹 모임을 통해 몇몇 학생분들은 한 두 번 만나기도 했지만 ‘CSBS 1기’ 학생분들을 늘 화면으로만 보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애틋한 학교로 남은 것 같아요. 너무 보고 싶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아 교제하고 싶은 모두에 대한 아련함이 생긴 학교랄까요(웃음). 그런데도 여전히 이번 CSBS 안에 하나님이 함께하셨고, 그와 더불어 함께한 학생분들과 간사님들을 더욱 사랑하게 된 소중한 학교였습니다.”

기자는 김호영 간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CSBS 1기’라는 이름만 들어도 이 학교가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했을지 느껴졌다. 학교를 준비하는 간사들에게는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떨어져 있는 것 만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펜데믹으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열방대학 식당도 운영이 멈추게 되어 점심 식사도 간사들이 직접 준비하고 해결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9개월의 학교를 진행한 CSBS 간사님들을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격려하고 싶다. CSBS 간사들의 노력과 헌신의 땀방울은 하나도 헛됨 없이 하나님은 학생들에게 은혜로 갚아주셨다.

 

9개월의 모든 과정을 수료한 정진영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CSBS 1기 수료생 정진영 학생

Q. 9개월의 학교를 마치신 소감이 어떠세요?

A. 9개월이라고 글로 쓰면 짧은 것 같은데… 체감하기로는 3년 정도 학교에 다닌 것 같습니다. 꾸역꾸역 지나가야 했던 순간도 있었고.. 너무 감동이 있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간사님들의 말대로 이제 기초석을 놓은 것일 텐데 출발선에서 지친 것 같은 몸뚱아리에 대한 원망도 있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Q. 온라인으로 했던 9개월의 학교, 어떤 좋은 점이 있었나요?

A. 코로나라는 시국에도 말씀을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고 돌파하는 방법을 학교가 찾아내고, 또 많은 변수를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듯한 모습을 온라인 학교 첫 기수로서 어깨 너머에서 본 것이 참 좋았어요. 또 온라인 학교여서 해외에 있는 선교사님들과 자연스레 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감사했고… 현지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것도 온라인 학교의 특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육아를 하고 있는 저에게는 제가 학교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학교가 안방으로 찾아와줬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말씀 학교의 사각지대에 있을법한 사람에게 온라인 학교가 큰 은혜로 여겨졌어요. 온라인 중에서도 유튜브가 아닌 ZOOM이라는 도구를 쓴 것의 탁월함도 있었어요. 온라인 안에서도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것에서 9개월의 시간이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또 웰컴 팩이나 간식 꾸러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새로운 종류의 설렘이 있었고, 손수 준비하신 것도 모자라 일일이 우편으로 보내셨을 손길을 상상하며 크게 감동했었어요.

 

Q.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A. 아무래도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는 수준의 교제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오프라인이라고 해서 다 교제가 원활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온라인이 갖는 한계를 부인할 수는 없었어요. 하다못해 과제가 안 풀릴 때 간사님과 차 한잔하며 징징댈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어요(웃음).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시국에도 이 학교를 헌신하며 끌어주신 간사님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큰 빚을 진 기분입니다.

 

Q. 이번 학교를 통해 자매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A. 먼저는 성경을 읽는 일이 지루하다거나 두려운 일이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이전에 큐티 책을 편집 디자인 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때는 누가 주신 텍스트를 다 이해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만드는 것이 다였다면 이제는 그 텍스트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인도에 선교를 위해 나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영어 설교를 잘 못 알아들어서 한국 설교를 들으려 유튜브나 다른 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정전이 길어지면 낙심하고 성경을 읽으려 하면… 아는 구절이나 본문만 보는 편식이 있었어요.

누군가 떠먹여 주는 성경 해석에 의존했고, 이해할 수 없으니 설교를 많이 보는 것으로 갈증을 채우려 했던 것에서 이젠 직접 성경을 연구할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의 돌파가 일어난 것 같아요. 66권 말씀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성경 편식이 심하던 저에게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웃음). 알게 된 것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또 살고자 하기에 말씀을 더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선순환 사이클이 열렸어요. 이것이 가장 큰 은혜인 것 같아요! 아무나는 아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싶은 누구나에게나 연구가 열려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9개월의 긴 여정을 마친 CSBS 학교는 내년 2월 두 번째 학교를 예정하고 있다. 오프라인 학교를 원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상황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시대의 추이를 살펴보며, 또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결정해 나갈 예정이다.